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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칼럼]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한국적 자동차 디자인이란?Hyundai
2018-05-29 08:50
[포토기사]   2,537       
[사진] 기아차 카니발


오늘날의 우리나라 자동차와 자동차산업이 풀어야 할 숙제는 여전히 적지 않다.

한정된 내수 시장의 규모 속에서도 한편으로 다양화된 소비자의 취향을 위해서는 다품종(多品種) 소량생산(少量生産)의 전략도 요구된다. 그리고 한편으로 국제무대에서 차별성을 나타낼 수 있는 우리의 목소리를 담은 고부가가치 모델의 개발도 필요하다.

혹자는 글로벌 시장으로 수출해야 할 차를 우리의 생각대로만 만드는 건 오히려 잘못이 아니냐고 되묻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미국의 차나 독일의 차를 만들 수는 없는 것이다.

[사진] 바우하우스 (근대 디자인은 독일 등 서구에서 비롯된다)


그렇다면 해외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한국적 디자인의 자동차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사실 한국적 디자인에 대한 논의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오랫동안 디자인 개발단계에서 논의되어 온 주제였기 때문이다.

그런 한편으로는 자동차 자체가 한국의 것이 아닌데, 어떻게 한국적인 자동차를 디자인 할 수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었고, 더러는 자동차에 단청과 기와를 응용한 차체 디자인을 적용하자는 식의 황당한 수준의 아이디어를 듣게 되기도 했었다.

한국적 디자인이라고 하면 아마 상당수의 사람들이 현란한 색채의 색동저고리, 혹은 고궁이나 사찰 등의 전통 건축물에서 볼 수 있는 가지런히 배열된 기와 지붕이나 화려한 무늬의 단청 등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게 보통이다.

[사진] 경복궁 (한국의 이미지는 대부분 고궁에 의해 형성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전통적인 의상이나 건축물이 우리 의식 속에 ‘한국적 스타일’ 의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고, 외국인들 역시 이와 유사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그것은 선대(先代)의 한국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한국적 자동차 디자인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어떤 대답을 해야 할까? 버스에 기와를 얹고 단청을 칠하면 한국적 자동차가 될까? 아니면 승용차의 라디에이터 그릴에 전통 한옥의 창살모양을 붙이면 한국적 디자인일까?

그렇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이런 ‘붙이기’가 잘못된 해결 방법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과연 올바른 해결책이 무엇인지는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사진] 비단벌레 자동차 (국내 관광지에서 운영되고 있는 비단벌레를 ‘붙인’ 버스)


한국적 이미지를 가지게 하기 위해서 전통적 형태를 응용하는 것은 잘못된 방법은 아니다. 그렇지만 어떤 자동차에 그러한 형태를 붙인다고 해서 그 차가 한국의 문화에 맞게 변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이런 식의 ‘붙이기’는 다양한 주제로 무수히 많이 시도돼 왔지만, 성공적 사례를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우리나라 최초의 고유모델 승용차로 1976년에 등장한 포니(Pony)는 디자이너 죠르제토 쥬지아로 (Giorgetto Giugiaro: 1938~)에 의해 디자인되어 국민차로 사랑 받은 차이다. 포니는 당대의 곡선적 스타일 유행에서 한 걸음 앞서나간 기하학적 형태를 취해 완성된 모던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또한 1997년에 등장한 중형 승용차 레간자(Leganza) 역시 쥬지아로에 의해 한복의 곡선과 기와 지붕의 곡선을 모티브로 한 차체 디자인으로 개발된다.

[사진] 포니 (1976년에 등장한 쥬지아로 디자인의 고유모델)


두 사례는 차체 형태의 성향은 완전히 다르고 양산 메이커 역시 다르지만, 한국적 디자인의 자동차로 평가된다. 물론 쥬지아로는 이외에도 다수의 우리나라 차를 디자인했다. 그런데 이들 두 차량에는 전통적인 문양이나 형태는 어디에도 ‘붙이지’ 않았다.

다만 이들은 한국인의 미의식에 어필할 수 있는 추상적 형태(抽象的 形態)로 완성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전통적인 것’과 ‘한국적인 것’을 혼동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두 가지는 물론 같은 것 일수도 있지만, 언제나 그렇지는 않다.

‘전통적인 것’은 시간이 흘러도 그다지 변화되지 않지만, ‘한국적인 것’은 계속 변화한다. 실질적으로 보아도 19세기에 살았던 한국인과 오늘날 21세기를 살고 있는 한국인이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오늘날의 한국인이 가장 보편적으로 인정하는 가치가 가장 한국적인 것이다.

[사진] 레간자 (1997. 쥬지아로 디자인)


우리는 그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 자동차가 외국에서 들어온 것이므로 한국적인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 역시 너무 국수적인 관점이라고 할 수 있으며, 거기에 ‘무늬’만 붙인다고 한국적인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더욱 아니다.

자동차는 달릴 때 비로소 그 가치가 발휘되고 본래의 목적에 충실한 도구가 된다. 그리고 자동차가 달린다는 것은 다양한 문제들과 연관된다.

거기에는 자동차 본연의 주행성능 이외에도 도로의 조건, 노면의 요철, 노선의 굴곡도, 나아가서 가족의 구성과 외출의 형태, 생활 양식 등이 관련되어 있으며, 그러한 것들은 자동차가 ‘국적’을 가지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사진] 가족을 위한 차량은 동서양이 비슷한 디자인 구성이다


미니밴의 실내에 전체 조명용 실내등을 다는 것은 한국적인 특성의 가족 나들이 문화, 속칭 ‘고스톱 문화’가 반영된 것이라고 한다.

다른 나라의 미니밴에는 승객들 개인을 위한 개별 독서등은 설치돼 있지만, 놀랍게도 구성원 전체를 위한 밝은 실내등이 없다는 사실이 우리의 공동체 중심의 문화와 서양의 개인주의적 문화의 차이를 보여주는 일면이다. 물론 이러한 특성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되기도 한다.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혹은 뒷좌석에 앉거나 가족 모두가 차에 타게 될 때, 아니면 좁은 주차장을 빠져 나와야 할 때에 자신이 이용하는 차의 ‘효용’에서 물리적 만족감과 심리적 만족감을 느끼게 될 때 그것이 종합적인 ‘한국적 디자인’의 자동차에서 느껴지는 ‘가치’일 것이다.


[사진] 개별 독서등만 적용된 미국의 미니밴 (쉐보레 서버밴)


즉 한국적 자동차디자인은 오늘날의 우리가 아름다움과 행복을 느끼며, 외국인들에게, 글로벌 무대에 나가서 자신 있게 주장할 수 있는 우리가 꿈꾸는 드림 카의 모습일 것이다.

단순히 전통적 형태를 변형시키거나 응용해서 표면에 ‘붙인’ 스타일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진] 카니발 (전체 실내 조명이 적용된 미니밴)


구상 국민대학교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 koosang@kookmi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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