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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시승기] 기아차 스팅어, 기대치도 않았던..가슴뛰는 차
2017-11-28 09:20
[포토기사]   1,700       
[사진] 기아차 스팅어(사진: 백건우)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기아차가 ‘GT 콘셉트’를 공개했던 상황을 기억한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기자는 이 차가 양산화 될 것이라는 소식에 잔뜩 들떠있었다. 당시 기아차의 디자인은 K5, 스포티지를 필두로 물이 오를 대로 올라 있었고, 기아차가 이런 화끈한 스포츠 세단을 만들어 낼 것이라는 생각은 상상만 해도 즐거웠기 때문이다.

물론 상당히 오랜 시간을 요했다. 대학에 가고, 군대에 다녀오고, 동원 예비군 훈련이 다 끝나갈 때 즈음, 성인이 되어 만난 ‘양산형’의 스팅어를 마주했을 때,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잡지에서, 인터넷에서 본 콘셉트카가 양산형으로 내 앞에 서있다는 것. 그 만으로도 감개무량했다. 기아차가 이런 화끈한 스포츠 세단을 만들었고, 나는 비로소 그 꿈의 차를 운전할 수 있는 ‘어른’이 됐기 때문이다.

■ ‘GT'를 정의한다면..딱 이런 디자인


[사진] 기아차 스팅어(사진: 백건우)



스팅어는 전형적인 패스트백의 형태를 지니고 있다. 아우디 A7, 포르쉐 파나메라, 애스턴마틴 라피드 등에서 봤던 익숙한 스타일의 패스트백 세단 말이다.

그럼에도 어떤 차를 닮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측면부의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면 처리는 1970년대 어느 고전적 GT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크게 멋을 부리지 않아도 그 ‘멋’이라는게 철철 흘러 넘친다.

낮게 빚어진 루프 라인과 긴 휠베이스는 전통적인 후륜구동 기반 고성능차의 비례를 보여준다. 시각적으로 아름답다고 느끼는 요소들은 전부 다 녹아난 것 같다는 느낌이다.

주름진 전면부 범퍼 형상과 보닛의 에어덕트 등은 에어로다이내믹 뿐 아니라 시각적 요소도 모두 고려된 것으로 보여진다. 고성능차를 연상케 하는 다양한 디자인 요소가 보여지지만, 공격적이고 거친 느낌보단 세련되고 역동적인 느낌이다.

[사진] 기아차 스팅어(사진: 백건우)



인테리어는 항공기의 날개를 형상화해 직선으로 길게 뻗은 크래시패드가 인상적이다. 시인성을 높인 플로팅 타입의 디스플레이, 항공기 엔진을 연상케 하는 원형 에어벤트 등은 재밌는 디자인 포인트다.

스팅어는 전장 4830mm, 전폭 1870mm, 전고 1400mm, 휠베이스 2905mm의 차체 사이즈를 갖췄는데, 전장은 K5의 4855mm보다 26mm 작고, 휠베이스는 K7의 2855mm보다 60mm가 길다.

비슷한 체급의 제네시스 G70과 강하게 대비되는 점은 바로 뒷좌석이다. 휠베이스가 K7보다 길게 세팅된 탓에 실내는 넉넉하다. 본래 패스트백 스타일의 세단들은 2열 공간이 넉넉하지 못한 편인데, 2열 공간은 성인 남성이 앉기에도 부족함이 없거니와 헤드룸도 여유있다.

[사진] 기아차 스팅어(사진: 백건우)



■ 운전의 재미 높여주는 주행장비 구성


스팅어에는 다양한 편의사양이 탑재되어 있지만, 주행 성능과 운전의 재미를 극대화하는 다양한 사양들이 단연 눈길을 모은다.

기아차의 승용 라인업에는 최초로 적용된 AWD 시스템이 대표적이며, 이밖에도 R-MDPS, 액티브 엔진사운드, 기계식 차동기어 제한장치(M-LSD), 런치컨트롤, 5가지 주행모드 등인데, 수입 고성능차에서 만나볼 수 있던 사양을 4000~5000만원대의 가격에 접할 수 있다는 건 스팅어의 메리트라고 할 수 있겠다.

R-MDPS 시스템은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C-MDPS 타입보다 조향의 정확성과 응답성이 높다는 평가다. 톱니바퀴의 형태의 기어가 맞물려 작동하는 원리로, 벨트로 조향을 전달하는 C-MDPS 대비 조향성이 높은 편이다.

[사진] 기아차 스팅어(사진: 백건우)



특히, 스팅어 3.3 모델에는 스티어링의 조향 각도에 따라 가변적으로 기어비를 조정하는 ‘가변 기어비 조향 시스템’이 적용됐는데, 이를 통해 다양한 환경에서의 원활한 스티어링 조향을 가능하게 한다.

기계식 차동기어 제한장치(M-LSD, Limited Slip Differential)’는 일반 주행 시의 핸들링 성능뿐만 아니라 눈길∙빗길 등 미끄러운 노면에서의 구동력도 향상시키는 등 주행성능을 극대화했다. 이를 이용해 드리프트 주행도 가능케 한다는 점은 눈길을 끈다.

특히, M-LSD는 출시 초기 3.3 GT 라인업에만 장착됐으나, 최근 기아차는 스팅어 계약건주 5000대 돌파를 기념해 2.0 터보에도 M-LSD를 탑재한 ‘드림에디션’을 선보였다.

[사진] 기아 스팅어



에코, 컴포트, 스포츠에 스마트, 커스텀 모드를 더한 5가지의 주행 모드는 환경에 따른 다양한 주행 모드를 지원하는데, 스마트 모드는 운전자의 주행 패턴을 판단해 스스로 에코, 컴포트, 스포츠 모드 주행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커스텀 모드는 서스펜션, 기어비, 스티어링 무게감, 엔진 반응 등을 모두 운전자의 성향에 맞게 설정하는 모드로, 이를 통해 다양한 조합으로 운전자의 기호에 따른 주행 스타일을 구현할 수 있다.

런치컨트롤은 출발 시 동력성능을 극대화 하는 역할을 한다. 차량이 급 가속할 때 바퀴에 지나친 미끄러짐이 발생하지 않으면서도 동력은 최대 수준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최적의 순간을 설정하는 기능으로, 동력 손실을 최소화하면서도 빠른 가속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 넘치는 출력, 다소 아쉬운 엔진 사운드


[사진] 기아 스팅어



시승한 차량은 스팅어에서 가장 높은 출력을 발휘하는 3.3리터 람다 트윈터보 엔진을 탑재한 모델로, 최고출력 365마력, 52.0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여기에 8단 자동변속기가 네 바퀴를 굴리며, 주행 성능을 극대화 하기 위한 19인치 미쉐린 파일럿스포츠4 타이어가 적용됐다.

기본적인 승차감은 단단한 편이다. 시내 주행에선 오래 주행할 경우 다소 피로할 수 있지만, 고속 주행에서의 든든함을 예상하게 하는 그런 단단함을 보인다.

차체가 낮지만, 운전 시야는 전혀 부족함이 없다. 보여지는 것 만으론 운전에 부담이 갈만도 하지만, 대시보드 패널도 낮게 설계된 탓에 보닛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시야 확보에는 전혀 불편함이 없다.

[사진] 기아 스팅어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설정한 뒤, 패들시프트를 통해 기어를 2~3단 정도 낮췄다. 4000~5000rpm 구간에 회전계가 위치하면, 엄지발가락 만으로도 넘치는 출력을 뽑아낼 수 있는 준비를 마친다.

기아차를 타면서 이런 느낌을 받았던 적이 있었을까, 가속 페달에 점점 힘을 줘 나가면 스피커를 통해 출력되는 가상의 엔진음과 함께 몸이 시트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가속은 거침없다. 초반, 중반, 후반을 나누는 게 의미가 없을 정도로 전 구간에서 빠르다. 방심하고 있다 보니 속도계는 어느덧 4시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변속기의 반응은 기존의 기아차가 보이던 양상과는 다른 모습이다. 고회전대에 오래 머무르지 못하고 강제로 변속을 하던 과거의 세팅과는 다르게, 바늘을 튕겨내지 않고 일정 시간 동안 고회전 영역을 붙잡고 있는 모습이 제법 기특하다.

코너링 성능은 기존의 기아차에서 경험해볼 수 없었던 느낌이다. 말만 고성능은 아니었다. 일반 세단을 주행하듯 스티어링을 조향하더라도 이름 그대로 ‘내찌르는’(Sting) 느낌이 운전자를 자극한다. AWD 시스템의 안정적인 구동 배분 탓에 고속에서의 코너링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그립을 유지하는 모습이다. 한계치까지 밀어붙이지 않는 한, 언더스티어나 오버스티어 상황을 직면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사진] 기아 스팅어



무게 중심이 낮게 설계된 특성상 차체의 하중 이동은 안정적으로 느껴진다. 고속에서 코너에 진입하더라도 제법 자신감 있게 주행에 임할 수 있게 한다. 고속에서 다소 컴포트한 성향을 추구하는 제네시스 G70와는 다른 양상이다.

다만 엔진 사운드는 불만이다. 높은 영역의 엔진 회전대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과 달리, 스피커를 통해 인위적으로 송출되는 사운드는 어딘가 심심하다. 이는 밖에서 들어도 비슷한 양상이다.

어느 정도 조율된 느낌이지만, ‘왜애애앵’하는 특유의 심심한 엔진 소리는 이 차의 매력을 다소 떨어트릴 수 있는 요인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시끄러운 엔진 사운드를 모두가 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이런 점들을 감안해 가변배기 패키지를 옵션으로 제공하는 건 어떨까 하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 기아차, 기대도 안했던 차를 만들어내다


[사진] 기아 스팅어



피터 슈라이어는 “스팅어는 기아차의 이미지를 뒤집을 차”라고 했고, 알버트 비어만은 “스팅어는 기아차의 꿈이자 새로운 도전”이라고 평가했다. 차를 타보기 전 이는 단순한 마케팅적 언어로 들렸지만, 시승을 끝낸 뒤 정말 그렇게 생각됐다.

그 누구도 기아에 이런 차를 바란 적도 없으며, 기대하지도 않았다. 기아는 그런 기대치도 않은 차를 시장에 소개했고, 어떤 의미로든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특히 가격에 대한 반응도 긍정적이다. 3500만~4880만원으로 책정된 가격은 스팅어의 분명한 강점이다. 국산차에선 준대형 세단 혹은 대형 SUV 외엔 선택지가 없다는 것, 수입차에선 이정도 차를 타려면 훨씬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다.

[사진] 기아차 스팅어(사진: 백건우)



이렇게 가슴 뛰는 기아차가 있었을까, 개발에 참여한 기아차 임직원들에게도 스팅어는 제법 각별했을 것이다. 기아 GT 콘셉트를 그대로 양산화한 디자이너들의 자부심, 이런 고성능차를 가졌다는 것에 대한 엔지니어들의 자부심이 모두 느껴졌다.

스팅어는 기아의 고급차 전략에 대한 방향성도 기대하게 만든다. 럭셔리를 강조하는 제네시스 G70와 달리 퍼포먼스와 성능을 강조했다는 점은 스팅어와 G70의 충분한 차별점이다.

[사진] 기아차 스팅어(사진: 백건우)



좋은 차와 사고 싶은 차는 분명한 차이점을 보인다. 그리고 스팅어는 정말 사고 싶은 차다.

데일리카 박홍준 기자   hjpark@daily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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